남미, 그리고 설레임

아픔 그리고 희망...

st_kim 2010. 5. 3. 10:23

 

                                    <사진 1> 자신이 살던 집의 건물 잔해를 정리하는 아저씨

                                      

                                  <사진 2>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가장 컸던 쇼핑몰, 아직도 시신들이 매몰되어 있다한다.

 

                                     <사진 3> 산등성이에 자리잡았던 마을

 

며칠전 지진으로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마을이 완전히 폐허가 된 곳을 방문했다. 지진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너무 처참한 모습이었다. 정말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마치 폭격을 맞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가운데 내리찌는 태양 아래서 누군가 쉬지않고 건물 잔해를 치우는 모습을 발견했다. 무슨 연유로 저리 열심히 잔해를 치우실까 사뭇 궁금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어느정도 짐작은 갔지만 무엇을 하시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지금 저리 땀을 흘리며 건물 잔해를 치우는 곳이 바로 본인이 얼마전까지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5명의 자녀와 함께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던 곳이였단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지진으로 인해 집이 무너져버리고 설상가상으로 바로 이 집에서 사랑하는 4자녀를 잃었다 한다.

더욱 가슴 아픈건 아저씨 혼자서 바로 얼마전까지 함께 뛰놀며 생활하던 사랑하는 어린 자녀들의 시신을, 그것도 다름아닌 자신의 집에서 찾아 직접 꺼내야했다 한다. 그리고 그 집을 다시 찾아와 잔해를 치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의 심정을 그 누가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자녀들과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담긴 그 집이 한 순간에 바로 지울 수 없는 아픔의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자녀들이 생각이 난다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은 너무나 큰 아픔으로 인해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한다. 너무나 당연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녀들과의 추억이 가득한 그 곳에서 매일 잔해를 정리하는 아저씨에게 이건 고문과도 같은, 아니 심장을 도려내는 것과 같은 아픔일 것이다. 아...주님 무엇입니까?

 

그런데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길 하는 가운데 내 마음을 다시 한 번 적시는 말씀을 하셨다. 도저히 희망이라곤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곳에서, 그리고 삶의 마지막끈을 놓아버린다 해도 어느 누구하나 뭐라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상황 가운데 아저씨 입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내 귀에 들려왔다.

 

' 솔직히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무너지는 것 같이 아프고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어 눈물이 앞을 가릴때가 있어요. 비록 지금은 왜 이런일이 우리 가정에 그리고 이곳에 발생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같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저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내일이라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있고 그 희망이 다시 우리에게 찾아올 거라 믿어요'

 

이 말씀을 하시면서 잠시 식었던 땀을 닦으시며 다시 건물 잔해를 치우기 시작하셨다.

'아...주님 바로 이것입니까? 주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시는 것이...'

 

삶 가운데 때론 전혀 이해할 수 없고 치유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아픔과 상처들이 있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것..바로 이것이 희망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이 곳 아이티에서 또 하나의 희망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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