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3일(월)
오랜기간동안 꿈꿔왔던 국토종단을 시작했다. 아직도 설레인다.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에...
가을 가뭄을 해갈하는 단비와 함께 페달을 밟았다. 도심으로 몰려드는 차량을 등지고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1회용 카메라, 빨간 목장갑, 물병, 침낭...이 친구들과 새로운 도전의 길에 올랐다.
첫날임에도 여러차례 힘에 겨웠다. 엉덩이, 어깨, 무릎 이녀석들이 말썽이다. 수원을 거쳐 평택 그리고 내 고향 충청도에 다달았다. 잔뜩흐린 잿빛하늘 사이로 파란 가을하늘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상쾌하다.
힘에겨운 순간 과수농가가 눈에 들어왔다. 젊은 아낙에게 사과 가격을 묻자 '그냥 맛보세요'라며 넌저시 나에게 건넨다. 따뜻하다. 꿀사과인가보다. 참 달다. 다시 여정에 올랐다. 얼마못가 다시 지쳤다. 이때 찐방냄새가 날 유혹한다. 맘 좋은 사람처럼 유혹에 모르는척 넘어가주었다. 찐방과 함께 찐 고구마가 여주인의 손에 들려 나왔다. 여주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암흑이 찾아왔다. 갈길이 먼데...하는수 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내 자전거를 거부한다. 택시를 잡았다. 아뿔사 택시도 이 녀석의 덩치를 감당치 못한다. 진퇴양난...
마침내 해외여행 중 사용했던 비장의 무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아무도...한참 시간이 흐렀을까 내눈에 SECOM 경비원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달려가 내 엄지 손가락을 보였다. 이번엔 성공이다. 온양역까지 친절히 태워준 SECOM 친구, 고맙다.
기왕에 고향으로 갈맘을 먹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런...자전거 금지란다. 서둘러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역시나 차가 끊겼다. 아...하는수 없이 이곳에서 머물기로 한 순간 내 눈에 교회십자가가 들어왔다. 그래 오늘은 저곳이다. 늦은 시간 온양제일교회로 들어가 내 신분과 목적을 밝혔다. 감사하게 하룻밤을 허락하셨다. 교육관에서 방석을 깔고 잠을 청하기 위해 자리에 누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노래가 나온다. '빈들이나 초막이나 그 어디나 하늘나라...'
은혜다. 모든것이 다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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