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글을 남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자그마한 메모지에 나의 흔적들을 남겨본다.
15년만에 다시 찾은 제주...
혼란스러운 밤을 보냈지만 새롭게 다가온 아침, 나에게 또 하루가 주어진다.
해변가로의 산책, 너무나 맑고 드넓은 바다가 나를 맞이한다. 간밤의 내 추함을 비추어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씻어낸다. 주님...
제주 향토음식인 옥돔구이로 아침을 했다. 아침으론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식탁이었다. 그런데도 된장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역락없는 촌놈인가보다...
성산 일출봉으로 일정을 잡았다. 15년이란 세월을 어떻게 맞이했을지 조금은 설레인다. 마치 오랜된 지인을 만나러 가는것 같다.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버스노선을 훌터보는 내 모습을 주변분들이 보셨나보다.
" 터미널 감수까? 여기가 아님수다."
잠시 후 다른분께서 말을 건네신다.
" 학생! 다음에 내림수다"
이들의 모습에 따뜻함이 배어나온다.
터미널에서 차를 기다리던 중 옆에 계시던 아저씨가 불쑥 고구마를 내미신다.
" 맛좀 보겠수마?"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의 냄새에...
제주에는 3가지가 없단다. 그 중 '도둑이 없다'란 것이 떠오른다. 이들의 모습이라면 분명 그러했을 것 같다.
잠시의 여행이지만 벌써 너무나 귀한 것을 얻었다. 그런데 아뿔사...가방에 넣어둔 고구마가 보이질 않는다. 이런...고구마 하나에 이리 아쉬워 해보기는 처음이다.
일출봉에 다달았을때 조금은 무뚝뚝해 보이시는 기사님과 아주머니들이 나에게 농을 건네신다.
" 저기가 일출봉임수다"
" 일출봉까지 한번에 뛰어가야 함수다! 걸어가면 않됨수다! 아님 네발로 가야함수다"
" 그리고 신혼부부는 잔디밭에서 꼭 같이 뒹굴어야 함수다"
아주머니들도 덩달아 한마디씩 건네신다.
" 저는 혼자니 걱정 없네요!"
그때 정류장을 지나가는 외국인 아가씨를 발견하시곤 큰소리로 말씀하신다.
" 저기 있구마! 색시..."
일순간 차안에서 웃음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나도 덩달아 웃었다.
정겨운 사람들...고맙습니다.
2005년 9월 10일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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