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생각...

빈곤, 누구의 책임인가?

st_kim 2013. 11. 25. 13:45

 

 

 

 

 

 

자기의 차례를 기다렸던 것일까? 또 다시 극심한 기근이 불어 닥친 Horn of Africa(동아프리카의 뿔) 국가들 중,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기근과 끝이 보이지 않는 내전으로 수십만의 소말리아 난민들이 발생한 케냐국경의 다답난민촌에 다녀왔다. 눈앞에 끝없이 펼쳐지는 대규모의 난민촌이었다. 처참함을 넘어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 중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난민촌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수십 개의 작은 흙무덤들이었다. 이곳에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오래지않아 그 흙무덤들은 극심한 영양실조로 인해 난민촌에서 죽어간 아이들의 무덤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놀란 것은 이 수십 개의 무덤들이 최근 2~3주 사이에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 곳을 채 떠나기 전에 또 하나의 귀중한 어린생명이 삶을 마감하고 작은 흙무덤 아래 놓이는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나를 더 안타깝게 만든 것은 아이의 죽음 앞에 오히려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이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팠다. 그런데 혹 난민촌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매일같이 반복되는 슬픔의 감정이 오히려 사치처럼 생각된 것은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었다. 아니 비난 받아야만 했다.

 

국제사회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8억 7천만 명의 사람들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매년 5세 미만 아동 3백 10만 명들이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6천 6백만 명의 아동들이 오늘도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학교로 향하고 있다.

 

매년 10월 16일은 1980년 유엔총회에서 식량은 인류의 생존과 복지, 삶의 필수조건임을 결의하고 채택한 세계식량의 날(World Food Day)이다. 월드비전도 지난 수십 년간 세계식량계획(WFP)의 최대 NGO 파트너로서 식량지원사업, 친환경농업사업 등을 통해 전 세계 식량안보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이슈가 책무성(Accountability)이다. 책무성이란 단순히 예산의 투명한 수립과 집행을 넘어 어떻게 주어진 힘과 자원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2005년 국제사회의 원조효과성 강화를 위해 ‘파리선언’이 발표되었다. 이 중 하나가 공여국과 수원국 상호간의 책무를 강화하고자하는 상호책무성(Mutual Accountability)이다. 

 

하지만 이런 국제사회의 노력에서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힘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지 못하는 다국적기업과 국제곡물시장의 큰손들 그리고 원조를 자국의 정치적 목적과 이윤추구의 기회로만 사용하는 국가들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동들이 굶주림으로 소중한 생명의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 가고 있다.

 

다답난민촌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다. 그 비난은 아이러니하게 결국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빈곤을 해결하겠다 목소리를 높여왔던 국제사회, 공여국과 수원국 정부, 다국적기업 그리고 개인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힘과 자원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