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간만에 마을 성당이 아닌 월드비전 camp에서 직원들과 주일예배를 드리고 얼마전 방문한 기아체험 팀이 두고 간 한국음식들을 챙겨서 타운에 있는 한국인 의사선생님을 방문해 조촐하지만 추석 맞이 점심을 같이 했다. 먼 타국에서 맞는 명절, 조촐하지만 함께할 수 있는 분이 계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간만에 포식을 하고 camp로 돌아오기위해 길을 나섰다. 외곽에 있는 숙소까지 거리가 좀 있어서 보통은 차량이나 자전거로 이동을 하는데 오늘은 이동편이 마땅치 못해 걸어서 돌아올 생각으로 음료수를 하나 사들고 바쁜 걸음을 옮겼다. 도보로는 1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길인데다가 햇볕이 강해서 모자를 눌러쓰고 긴(?) 다리를 열심히 움직였다.
마을을 막 벗어나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현지 직원 한 명을 만났다. 주말을 맞아 마을로 염소를 사러 간다고 잘 차려입고 길을 가고 있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각자의 갈길로 향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내 옆에 다가오는 것이었다. 누군가 했더니 바로 좀 전에 염소 사러 마을로 향하던 그 직원 있었다. 무슨일이냐 했더니 "이 더운날씨에 camp까지 걸어갈려면 멀고 힘들거야. 내가 태워다 줄께" 라고 말하는 거다. 간만에 다리도 움직일겸,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직원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사양했다. 그랬더니 계속해서 자기가 태워다 주겠다 하는게 아닌가. 기본적으로 받는것보다 주는것을 더 원칙으로 하는 나였지만 그 직원이 마음이 느껴져 더 이상 사양하는게 좋지 않을 것 같아 자전거 뒷자석에 올라탔다.
모처럼 자전거 뒷자석에 타선지 끝없이 펼쳐진 들판 사이를 지나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캠프로 향했다. 비록 날은 덥고 햇볕도 강했지만 주변 경치를 즐기며 이동할 수 있었다. 약 30분 이상을 자전거로 이동해서 드디어 camp 가까이 이르렀다. 그런데 그 순간 앞자석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는 이 직원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에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뒷자리에서 경치를 즐기느냐 이 직원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휴일 마을에 나오려고 나름 잘 차려입은 모습이였는데 온통 땀 범벅이 되었으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슴이 찡했다. 아,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늘 입과 머리로는 먼저 섬겨야겠다 하지만 실제 내 모습은 어떠했던가...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정말 진한 감동이 밀려들어왔다. 고맙다는 말로는 충분치 못한 그런 마음이었다. 그래서 뭔가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문득 얼마전 들어온 냉장고에 콜라 한 병이 있음이 떠올랐다. 그래서 부리나케 식당으로 달려가서 콜라 한 병을 꺼내 건네 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더니 오히려 나한테 고맙다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뒤돌아 다시 타운으로 향했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무얼까 무엇이 이 친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긴 침묵의 시간으로 빠져들었다.
오늘 다시 한 번 진정한 섬김이 무었인지 돌아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수단땅에 대한 희망과 기대함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것들이 아닌 주님안에서 남을 섬기며 희생할 수 있는 이런 이들이 있기에 이 땅이 반드시 회복될 거란 믿음이 생겼다. 지금 당장 눈으로 보이는 상황은 너무 처참하고 열악하지만, 이 넘어에 있을 회복되어 가는 수단땅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이들이 끝까지 주님을 믿고 의지한다면 이곳에 정말 아름답고 귀한 열매들이 맺혀질거란 기대감이 다시 일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다시 기도했다. 주님께서 이땅을 위로해주시고 회복시켜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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