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그리고 설레임

아이티 이야기를 시작하며...

st_kim 2010. 4. 3. 12:33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채 뉴욕으로 몸을 실었다.

늦은 밤 오랜 비행 끝에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설레였다. 언젠가 꼭 와보고 싶었던 뉴욕, 비록 방문이 아닌 transit 목적이지만 뉴욕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마음이 설레였다. 이민국에서의 오랜 기다린 끝에 JFK 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발, 공항이 아닌 뉴욕에 내 한 발을 내 딛었다. 잠시 흥분이 되었다. 늦은 밤 시간이기에 멀리 나갈 수는 없었지만 이제 뉴욕도 내 발이 닿은 곳이다. 이제 또 품길 원하는 장소가 되었다.

 

티케팅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동안 도미니카 출신으로 뉴욕에서 10년 이상 일하고 있다는 한 분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가슴 아픈 얘기들을 알게되었다. 얼마전 20대의 여동생이 밀입국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한다. 그래서 사망진단서를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동생을 기억하며 만든 큰 사진을 보여주었다. 참 예쁜 친구인데...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몇해전 어린 아들이 사망했고 바로 이듬해 남동생 역시 사망했다한다. 그리고 올해 여동생까지...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이런 세부적인 가족사까지 이야기해주는게 감사하기도 하면서 안타까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본인 역시 왜 이런일이 나에게 일어나는지 끝없는 질문을 했다한다. 뭔가 얘기를 하고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냥 들어주었다. 잠시지만 나 역시 이 분과 같은 고민을 했던 때가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분명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그 분을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아이티행 비행기에 올랐다. 3시간 30분 간의 짧은 비행...그러나 이 비행기를 타고있던 많은 사람들에겐 짧지 않은 설레임의 그리고 아픔의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눈인사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 그들 모두 아이티 출신이고 이번 지진으로 가족 또는 친척들을 잃었음을 알게되었다. 타향살이로 인해 이제서야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한결같이 이들의 표현 가운데 아이티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드디어 아이티 공항에 착륙하기위한 하강비행이 진행되었다. 이때 모든 사람들의 눈이 창 밖 아이티 풍경에 쏠리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에겐 가족을 잃은 아픔의 지역일 것이다. 누군가에겐 삶의 모든 터전이 사라진 고통의 지역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고향, 조국일 것이다. 활주로에 착륙한 순간 누가 먼저라 할 것없이 사방에서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박수엔 여러가지 마음들이 담겨져있을 것이다. 아픔과 상처로 인한 감정의 박수일 것이다. 하지만 또한 이를 넘어 비록 보이지 않지만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의 기대함을 담은 박수일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땅을 위로하고 회복시키실 주님을 기대하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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