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미지의 길들...

프랑스, 샤모니 몽블랑에 가다.

st_kim 2012. 12. 16. 20:43



프랑스 샤모니 몽블랑에 가다


2009년 5월 10일


하룻밤을 호텔이 아닌 제네바 유스호스텔에서 보냈다. 4인 1실의 방이였는데 유럽에 사는 친구들로 방학을 맞아 스위스에 여행을 왔다한다. 잠시였지만 젊은 시절에 맘껏 즐길 수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유스호스텔에서 나오는 식빵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고대하고 고대했던 샤모니 몽블랑행 버스에 올랐다. 요금이 CHF105(한화 약 15만원)로 조금 높았지만 일본어가 유창한 가이드가 안내를 해주는 버스여서 그 나마 위안을 삼았다. 그날따라 일본인 승객들이 많아서인지 나를 일본인 통역석으로 안내하는게 아닌가? 물론 내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인해 무슨의미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애 좀썼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한국사람처럼 안보이나..


약 1시간 30분 가량 이동하여 샤모니 몽블랑에 도착했다. 날이 조금 흐렸지만 빼어난 경관을 감추진 못했다. 먼저 Mont-Blanc을 볼 수 있는 곳인 the Aiguille 여 Midi에 cable car를 타고 이동했다. 난생처음 타보는 cable car였다. 약 20명 가량의 사람들을 빼곡히 실은 cable이 무려 3,842미터나 되는 정상으로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정상으로 향할 수록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설산의 경관이 나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10여분간의 이동끝에 마침내 정상에 도착하였다. 단 10여분만에 3천 8백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도 나에겐 신기함으로 다가왔다. 정상에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 사방을 에워싸는 몽블랑을 중심으로 한 설경이 압권이였다. 눈이 부셨다. 정말 눈의 부셨다. 그리고 잠시지만 cable을 타기위해 지불한 CHF69(약 10만원)이 아깝지 않을까 고민했던 나의 의심들을 한 순간 날려보냈다. 성태 너무 잘했다. 구름과 눈이 하나가 되어 사방을 순백의 들판처럼 만들어 놓았다. 바로 맞이하고 있는 웅장한 몽블랑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런 자연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들의 노력이 떠올랐다. 과연 인간은 자연을 극복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남아 웅장한 자연을 감상하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더 욕심을 부렸다. 그런데 어느순간 갑자기 어지러움이 느껴지고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만약 가이드의 사전 안내가 없었다면 조금 당황했었을지 모르겠다. 고산지대여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자연을 정복해 나가는 것 같은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자연 앞에선 한없이 나약하고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고 되었다.


이곳에서 한국인 가정을 만났다. 프랑스에 3개월전에 파견을 오게되어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젊은 부부 가정, 그리고 부인과 함께 해외여행 중이라는 중년의 부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그리고 행복한 일인지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이런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생겼다. 주님 저도 이런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 수 있을까요?


오전 몽블랑에서의 감동을 뒤로한체 the Mer de Glace란 협곡으로 가는 산악열차에 몸을 실었다.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조그만 산악열차가 너무 맘에 들었다. 나무로 만든 의자에 몸을 기대고 창밖을 응시하는데 맞은편에 앉아있던 한 영국여인인 리키를 만나게 되었다. 무역회상에 근무해 해외출장이 잦다는 리키, 그래서인지 낯선환경과 사람에게도 열려있는 모습이었다. 전혀 본적이 없던 사람과 앞으로도 다시 만날 가능성도 거의 희박한 사람과 함께 웃고 나눈다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23유로가 조금은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서양인들에 대한 어려움이 조금씩 열리는 것 같아